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49

[신장 위구르 여행기 ep05: 투르판 마을골목 위구르어가 능통한 친구는 동네 어르신들에게 마을로 가는 길을 묻고 있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여행에 있어 현지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고 없고에 따라, 그 여행의 재미와 퀄리티는 천지차이로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위구르 여행은 참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 나는 중국어를 할 줄 알고, 친구는 위구르어를 할 줄 안다는 것. 한 어르신은 손짓으로 '저~쪽으로 쭈욱 가다보면 나올거여~' 하는듯한 제스처를 연신 취하셨고, 다른 두 분은 그런 우리가 신기하신지 뚫어지게 바라보고 계셨다. 어르신들이 계신 곳에서 멀지않은 곳에는 또 빵을 구워서 판매하는 곳이 있었다. 우리는 우선 여기서 요기를 조금 더 해결해 보기로 한다. 이거 여기서 파는 빵을 다 먹어보다가는 나중에 아무것도 먹지 못할 것 같아서, 종류.. 2023. 8. 14.
[신장 위구르 여행기] ep04: 투르판 시장 신장 지역의 시장들은 대부분 현지어로 '바자르'라고 불리운다고 했다. 아무래도 중동과 아시아 그 어느즈음의 문화가 섞여 있는 지역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사용되어 온 단어이지 싶었다. 중국어로 '차오스(시장)'이 어디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위구르 사람들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투르판의 바자르에서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우리가 보통 '난'이라고 부르는 빵들이었다. 별다른 고명이나 토핑이 올라가 있지 않지만, 두터운 빵을 한입 베어물면 입 속에 퍼지는 특유의 짭잘함과 약간의 향신료 냄새는 늘 색다른 경험을 전해 준다. 시장에는 이 밖에도 전통 의상들과 비단 등을 파는 곳이 많이 보였다. 학창시절 그나마 재미를 느꼈던 세계사 시간에 들었던 '실크로드'의 한 길목에서 이 투르판은 분명 한 몼을 .. 2023. 8. 13.
[수필] 기억의 목소리: 용사와 악마 88올림픽으로 온세상이 시끄럽던 그 해, 우리가족은 서울에 살았다. 마침 우리집은 올림픽공원이 지척에 있는 송파구에 있었다. 동네에는 엇비슷한 높이의 단독주택들이 주뼜 고개를 내밀고 있었고, 땅거미가 질 무렵의 놀이터에는 더 놀고 싶은 아이들과 집에 들어오라는 엄마들의 실갱이가 시작되곤 했다. 아빠는 늘 그 무렵에 집으로 돌아오셨다. 저 멀리서 아빠차가 보이면 난 초록색 번호판부터 먼저 확인했다. '서울00 가에 1942' 검정색 네모난 차 뒤에는 V6 라는 글자가 위엄있게 새겨져 있었다. 그랜다이저라는 로보트 만화가 한창 인기있었는데, 마침 아빠차 이름이 로보트와 비슷했고, 그 차는 나에게 그랜다이저 v6가 되었다. 그랜다이저 v6에서 피자상자를 들고 걸어오시던 아빠는 나에게 지구를 구해줄 용사보다 위.. 2023. 5. 20.
파나소닉 루믹스 S5M2 간략 개봉기 (feat. 영상af 떡상) 학창시절, 나의 아버지는 전자제품 광이셨다. 지금 시대라면 아마 '덕후'나 '매니아' 정도 되지 않을까? 덕분에 난 좀처럼 구하기 힘들었던 기기들을 다양하게 물려받아 사용해 볼 수 있었다. 게임기, 자전거, 컴퓨터, 카메라 등등... 그 수많은 물건들 중에 유독 아끼시는 것은 바로 카메라였다. 어머니와 연애시절에 찍으셨던 사진들을 보면 조류, 풍경, 인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필름카메라를 들고다니시며 사진을 찍으셨던 것 같다. 그리고 어느덧 시간이 흘러, 난 어릴 적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 아버지의 모습이 되었다. 이것도 유전일까 싶지만, 나에게도 얼리어댑터 기질이 있다. 사실 좋게 말해서 그렇지, 주변에서 보면 이것도 병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이다. 이유인 즉슨, 성인이 되고나서 지금껏 수많은 카메.. 2023. 2. 1.
Leica summilux 1:1.7/28 ASPH (feat. 라이카Q) 오늘은 정말 마음에 드는 렌즈가 있어 리뷰해 보려고 한다. 뭐 리뷰라고 하기 보다는 짧은 사용기 정도 되겠다. 우선 이 렌즈로 말할 것 같으면 라이카 Q에 붙박이로 달려있는 고정렌즈이다. 조리개 값 f 1/7, 28mm의 광각영역을 커버한다. 사실 라이카Q의 신품가격은 500만원 이상, 후속기종인 Q2는 800을 호가하는 카메라이기에 잘못 하다가는 진정한 카푸어(카메라 푸어)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실수를 범하게 된다고 한다. 물론 카메라 바디가격쯤은 사실 이 브랜드에서는 양반에 속한다. 라이카 렌즈들은 더욱 사악한 가격대를 자랑한다. 저렴한것도 300만원이 넘어가고, 녹룩스라는 렌즈는 무려 1,300만이라고 하니 정말 입이 떠억 벌어질 노릇이다. 라이카는 렌즈의 등급이나 밝기 등에 따라 이름을 부여하는데.. 2023. 1. 30.
신장 위구르 여행기] 하나 또는 두개의 중국 -3편- 기차는 쉴 틈을 주지 않고 부지런히 달렸다. 이제는 내가 어디에서 출발했었는데, 어디로 가고 있는지조차 망각하고 있을만큼의 속도로 느릿느릿 여유롭게 대륙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차창 밖은 어느새 메마른 사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초원과 사막, 신장 위구르에 다다랐다는 것을 더욱 느낄 수 있었다. "야 저거 모스크 같은데? 근데 짓다 만 건가, 아니면 공산당이 강제해체?" 덩그러니 건물 하나가 놓여 있었다. 둥그런 지붕의 형상은 흡사 이태원의 모스크를 보는 듯 했다 중국은 대외적으로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자치권을 보장하고 있고, 종교와 문화활동의 자유를 통제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많은 매체들을 통하여 포로수용소와 사상교육 등에 대한 문제점은 글을 쓰는 지금까지 변치 않고 등장하는 화두이다. 백문이 .. 2023. 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