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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다녀보자/2016 신장 위구르 자치구

[신장 위구르 여행기 ep05: 투르판 마을골목

by 창창한 포리얌 2023.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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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구르어가 능통한 친구는 동네 어르신들에게 마을로 가는 길을 묻고 있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여행에 있어 현지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고 없고에 따라, 그 여행의 재미와 퀄리티는 천지차이로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위구르 여행은 참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 나는 중국어를 할 줄 알고, 친구는 위구르어를 할 줄 안다는 것. 

<길을 물어보고 있다>

한 어르신은 손짓으로 '저~쪽으로 쭈욱 가다보면 나올거여~' 하는듯한 제스처를 연신 취하셨고, 다른 두 분은 그런 우리가 신기하신지 뚫어지게 바라보고 계셨다. 어르신들이 계신 곳에서 멀지않은 곳에는 또 빵을 구워서 판매하는 곳이 있었다. 우리는 우선 여기서 요기를 조금 더 해결해 보기로 한다.
 

<다양한 종류의 빵들이 구워지고 있다>

이거 여기서 파는 빵을 다 먹어보다가는 나중에 아무것도 먹지 못할 것 같아서, 종류별로 조금씩만 사서 먹어보기로 했다. 맛이야 대충 짐작이 갔지만, 또 현지에서 먹어보는 음식맛은 무언가 특별한 게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물론 빵맛은 그냥 빵맛이지만 말이다. 
 

투르판의 가옥들은 대부분 석조로 이루어져 있었다. 사막기후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모르지만 중동의 다른 나라들을 보아도 유독 이런 스타일의 주택들이 많이 보인다. 벽에는 중국어와 아랍어로 쓰인 전단지들디 다닥다닥 붙어 있었는데, 얼핏 보기에 방 임대를 알리는 글처럼 보였다. 문득 이 곳의 부동산은 얼마나 할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지만, 괜히 살 것도 아니면서 전화했다가 별 소득도 건지지 못할 것 같아서 그만두기로 했다.

<이 곳이도 사람이 살고 있을까?>

딱 봐도 오래되어 보이는 집들이 종종 눈에 띄었는데, 이런 곳에도 아직 사람이 살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낡고 오래되어 보였다. 한국의 판자촌과 재개발 에정지역 그 어느즈음에 위치한 집이라고 묘사하면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집 앞에 운송용으로 보이는 차량이 주차되어 있고 각종 집기류와 자재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 거주중인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2023년 대한민국에 거주하고 있는 평범한 사람의 눈으로는 고개를 갸웃할 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곳의 사람들에게 있어 살아가는 것에 대한 어려움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만국공통 수박아저씨 트럭>

나의 걱정이 기우였다고 말이라고 해 주듯, 어디선가 과일장수 아저씨의 확성이 소리가 울려퍼진다. 아니나다를까, 딱 봐도 정겨운 수박을 가득실은 트럭 한대가 마을 어귀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다. 어린시절, '수박사세요, 싱싱한 수박이 왔어요~' 소리만 들리면 엄마손을 잡고 부리나케 집 밖으로 나서던 나의 모습이 저 멀리 보인다.

<응답하라 1988>

트럭 옆 선 아이는 30여년 전 나의 모습이다. 그리고, 옆에선 어머니는 신중하게 수박을 고르고 있다. 수박장수는 얼른 고르고 값이나 지불하라는 심상으로 무심하게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1988년 어느 여름날의 모습과 닮아있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을 것 가은 벽 모퉁이길을 지나 조금 더 걸어가다 보니, 무언가 심상치 않은 벽보가 눈에 띈다. 거동수상자나 수상한 사람을 발견하면 현상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인 듯 했는데, 붉은 글씨로 군데군데 강조해 놓은 것을 보자니, 꽤 중요시 여기는 사안인 듯 했다. 후에 들은 말로는, 일부 지역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고 하는데, 말 그대로 어제의 이웃이 오늘의 신고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또 마음이 복잡해진다. 500위안이면 한화로 약 10만원 정도이니, 현지의 물가와 임금수즌을 고려하면 결코 무시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참고로, 여행당시 현지의 평균임금이 월 2~3,000위안 정도라고 했다) 

<위압감 느껴지는 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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