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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다녀보자/2016 신장 위구르 자치구

[신장 위구르 여행기] 하나 또는 두개의 중국 -2편-

by 창창한 포리얌 2023.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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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투루판북역을 향해 힘차게 달리고 있었다.

차창 밖으로 교회가 보였다. 

"어? 중국에서는 종교활동이 제약되어 있다고 들었는데 아닌가?"

의문을 뒤로하고 빨간색 십자가눈 마치 우리의 여행에 행운을 빌어주는 것 같았다.

 

 

얼마나 달렸을까, 슬슬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다. 대충 기차 안에서 판매하는 음식으로 때우기로 했다. 뭐 맛이 있고 없고는 이미 생각할 여지가 없었도, 그저 주린 배만 채우면 그만이지 하는 심산이었다.

 

<계란 수제비 도시락?>

이윽고 객차 승무원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계란 수제비 같이 보이는 음식을 주고는 총총 사라졌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음식인가'

중국에 나름 몇 년 살아온 나 조차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옆자리의 친구는 그저 아무 말이 없이 창밖을 바라보며 음식에 시선을 두지 않으려 애쓰는 것 같았다. 

'그래고 살려면 먹어야지, 앞으로 하루는 더 가야하는데'

맛이 기억나지도 않는 음식을 배에 우겨놓고는 주변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또 시간을 죽여본다.

 

<아름다운 산 풍경으로 바뀌었다>

차창 밖 풍경이 드디어 초록초록한 산과 나무들로 바뀌고 있었다. 밋밋하고 칙칙한 모습들만 지나쳐 오던 우리에게 저 풍경을 가뭄의 단비와 같았다. 벼가 익어가는 들판은 한국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고, 지나치는 간이역 마다 바쁘게 걸어가는 사람들과 음식을 파는 가판대의 모습은 지금은 잃어버린 옛 정취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오가는 사람들, 역내 가판대의 모습>

그렇게 또 얼마나 달렸을까, 기차는 어느새 란저우 역을 지나고 있었다. 란저우 하면 우육면으로 유명한 곳인데, 중국에서 파는 우육면의 진수를 맛보려면 꼭 이곳에 있는 별이 다섯개인 식당을 가 보라고 했다. 신장을 다녀오는 길에 시간이 남는다면 한 번 들러서 하루정도 둘러보고 싶은 도시였다. 

<간식은 못참지!>

잠시 역에 내려 간식을 사러 갔다. 둥그란 난처럼 생긴 빵 하나를 사려고 사람들이 너도나도 줄을 서서 보채고 있었다. 신장에 가면 왠지 지겹도록 먹고 보게될 것을 직감했지만, 그래도 줄서는 집이 맛집이라고 지나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빵을 사고 다시 기차에 올랐다.

 

 

아름다운 풍광이 한참을 이어졌다. 병마용으로 유명한 시안에 도착하기까지 줄곧 뺴어난 경치를 감상하며 달릴 수 있어서 좋았다. 40여 시간의 기차여행은 사실 할 일이 별로 없었는데, 하물며 이 당시에는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하기에는 매우 번거로웠다. 우선 속도가 느렸고, 몇 개 되지 않는 콘센트 플러그를 차지하려는 눈치싸움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되었다. 내가 꽂아놓은 플러그는 잠시 한 눈을 팔게 되면 통쨰로 가지고 나르는 괴도뤼팡 뺨치는 도둑을 쉽지않게 만날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대륙의 장거리 기차였다.

 

<일용할 양식, 그리고 10위안 안마기>

컵라면과 빵, 그리고 옆자리 가족이 준 과일로 이미 우리 자리는 풍성해져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장거리 여행의 피로를 풀어준 것은 바로 저 파란색 안마기라고 할 수 있겠다. 상해에서 10위안을 주고 구매한 물건이었는데, 이게 은근 온몸의 피로를 풀어주기에 딱이었다. 별 기대 없이 산 물건이 이외의 가치를 발휘할 때의 그 기분은 겪어보아야 알 수 있다.

 

"어, 아랍어다!"

친구가 창밖을 보며 아랍어 안내가 되어있는 역에 도착했다고 말해 주었다. 그 말인 즉슨, 드디어 신장 위구르 자치구 지역에 가까이 왔다는 것이었다. 

 

가습이 두근거렸다. TV와 인터넷에서 듣고 읽어보기만 했던 금단의 지역(?)인 신장 위구르 자치구가 이제 곧 우리를 맞이할 참이었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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