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조천은 함덕해수욕장으로 가는 길목으로 많이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조금 더 한라산 쪽으로 들어가다보면 아기자기한 유럽식 마을과 예쁜 카페들이 즐비한 곳이기도 하다. 특히 바다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에게 제주의 자연과 숲길을 느끼고 싶다면 제주시 권에서 여기는 딱 안성맞춤이다.
오늘은 조천 와흘리에 위치한 신상카페 '누운'이라는 곳을 방문해 보았다. 사실 원래는 이미 유명해진 트라인커피나 커피 맛으로 유명한 포빈즈를 가려고 마음먹고 가던 중에 길가에 예전에 보지 못했던 아담한 카페가 있어 호기심에 들러 본 것이다.
생긴지 얼마 안 되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아직 별다른 리뷰나 별점 등이 내가 즐겨보는 카카오지도에는 나와있지가 않았다.
'그래, 안 가본 곳을 가보는게 새로운 기본도 들고 좋겠지?'
카페안은 카운터와 작은 테이블 8개 정도로 이루어져 있고, 탁트인 창문 옆으로는 잔디밭, 정원? 같은 곳이 꾸며져 있었다. 바로 옆으로는 순두부정식을 파는 음식점이 있는데, 느낌상 저기서 점심먹고 와서 커피 한 잔 하기에 적당한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일 2시쯤 방문했는데, 내가 도착할 시점에는 손님이 없었지만 조금 있으니 관광객과 지인들로 추정되는 분들이 몇 오셔서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5-6살 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매우 귀여웠는데 주인분을 이모라고 부르는 걸로 봐서 친척이거나 혹은 단골손님의 아이가 아닐까 추정해 본다. 사진을 매우 찍고 싶었지만 초상권이 있다보니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카페사진 찍기에 집중해 보기로 한다.
카페 내부는 화이트 바탕의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꾸며놓았다. 자잘한 소품들이 인상적이었고, 특히 다육이와 같이 카페 이름을 영문으로 꾸며놓은 게 마음에 들었다. 파스텔톤이 선사하는 은은한 감성은 그야말로 카페와 찰떡궁합니다.
메뉴는 기본적인 커피들이 있고, 음료는 말차라떼, 수박쥬스 등이 있었는데, 여름에 어울리는 수박쥬스를 주문할까 하다 마침 집에 수박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말차라떼를 주문했다. 제주하면 또 오설록으로 대표되는 녹차로 나름 유명하지 않은가? 결론적으로 이 카페의 말차라떼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달콥 쌉싸름한 맛이 혀끝부터 아주 제대로 온몸을 적시고 지나간다.
6,000원이라는 가격이 살짝 부담되는건 사실이나, 관광지라는 특성과 물가상황 등을 고려하면 뭐 이제 이정도는 수용할 만한 가격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하긴, 내가 20대 시절에는 김밥이 1,000원, 국밥이 4,000원 했으니 세월과 함께 물가도 쑥쑥 커가는 중이다.
음료를 잠시 음미하다 바깥 정원을 조금 둘러보기로 했다. 작은 나무의자와 테이블들이 몇개 놓여 있고, 나무 밑에는 누워서 쉴 수 있게도 해 놓았다. 날씨가 조금 더 선선해지는 8월 중순 이후에 다시 와서 누워서 낮잠 때리면 그보다 좋을 수 없을 것 같다.
카페 옆으로 난 돌길을 걷다보면 한 눈에 보아도 꽤 오래 되어보이는 창고? 같은 건물이 하나 보이는데, 목재와 리어카가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올드한 감성을 좋아하는 터라 또 한 컷 사진으로 남겨 본다.
옛 감성을 느끼기에는 날씨가 너무 덥다. 부리나케 다시 카페로 돌아와 말차라떼 한 입 음미하고 에어컨 바람 벗삼아 휴식을 취해본다.
오늘 방문한 제주시 조천카페 '누운'은 조용한 마을길에 누워있는 강아지 한마리 처럼 다소곳하게 자리잡고 있다. 북적거리고 인스타 감성 물씬 풍기는 핫플도 좋겠지만, 한번쯤 자연과 깔끔한 인테리어, 그리고 맛있는 녹차와 어우러진 카페에 들러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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