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조천에는 스위스마을 이라는 곳이 있다. 말 그대로 스위스의 주택과 골목을 컨셉으로 해서 지어진 곳이다. 코로나 시국 이후 부쩍 오른 항공권 가격탓에 어차피 해외여행도 가지 못하는 이 때, 울며 겨자먹기로 여기라도 가볼까? 하고 한번 들러보았다.
가기 전에 밥을 챙겨먹지 않았기 때문에 이곳에도 뭔가 먹을만한 것이 있을까 하던 참에 '진하우스'라는 돈까스 전문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스위스마을에 불쑥 돈까스가 뭔가 싶었지만, 뭐 제주하면 돼지고기고 나름 흑돼지로 만든다고 하니 조금 궁금하긴 했다.
게다가 5분컷으로 예약이 끝난다는 연돈을 죽기전에 못 가볼 바에야, 다른 맛있는 돈까스집들도 찾으면 얼마든지 있으니 말이다.
가게는 테이블 몇개와 작은 주방이 자리잡은 아담한 형태였다. 내가 방문한 시간은 점심시간이 지난 터라 다른 손님들은 없고 한가했다. 제주에 거주하는 본인으로서는 사람들이 북적대는 분위기 보다는 이런 한적하고 오롯이 식사와 풍경에 집중할 수 있는 게 더 낫다.
벽면에는 먼저 다녀간 손님들이 써 놓은 쪽지들이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특히 커플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글들이 많았는데, 행여 이름이 특이한 사람이 헤어지고 다른 이와 함께 오기라도 한다면 대략 난감하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망상도 해 본다.
메뉴는 일반돈까스와 치즈돈까스, 그리고 반반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전에는 해물라면도 팔았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판매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가격도 요즘 부쩍 오른 물가+관광지 버프를 생각하면 납득이 되는 정도이다.
한 10분쯤 기다리니 흑돼지 돈까스가 나왔다. 돈까스와 소스, 한라봉(또는 유자)향이 나는 셀러드, 토마토 2조각, 그리고 밥으로 이루어진 구성이다. 우선 돈까스의 고기가 꽤 두껍고, 등심으로 추정되는 질감이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돈까스는 안심보다 등심을 선호하는 편인데 나의 입맛에는 딱 적당했다. 셀러드에 뿌려진 소스가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딱 한입 먹는 순간 여기가 제주도구나 하고 느끼게 하는 맛이라고 하면 되겠다. 지역의 특산물을 소스로 사용하는 것은 매우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
튀김옷은 눅눅하지 않고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매력적이고, 많이 두껍지는 않은 편이라 고기와 따로놀지 않아서 좋았다. 튀김요리들은 튀김옷과 메인재료가 분리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는 씹는동안 몰아일체로 함께 섞여있어 매우 만족스럽다고 할 수 있다.
단무지와 생강장아찌는 필요한 만큼 덜어먹을 수 있게 비치되어 있어, 위생적으로도 괜찮았고 식재료의 낭비도 줄일 수 있어서 매우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특히 생각장아찌가 맛있다.
개인적으로 한 가지 바람, 또는 추천이 있다면 요즘 트렌드에 조금 더 맞게 돼지고기의 익힘정도를 미디움-미디움 웰로 선택권을 주는 것이 어떨까 싶다. 약간 분홍빛이 도는 색상의 고기식감은 완전히 익힌 것과는 또다른 부드러운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예전이야 돼지고기 하면 기생충이다 뭐다 해서 말이 많았지만, 요즘음은 사료도 좋아지고, 축산기술도 발전해서 더 이상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하니 말이다.
이번에 방문한 제주 스위스마을의 진하우스 돈까스는 이곳에 방문할 기회가 된다면 한번 쯤 와볼만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블로그 리뷰들을 읽다보니 여기 떡볶이도 꽤 괜찮다고 하던데, 다음에는 그것도 한 번 도전해 보아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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