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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을 찾아서

혜화역 대학로 둘리네분식

by 창창한 포리얌 2022.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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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천원이 있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메리카노 한잔, 베이커리 카페에서 크로와상 한개, 분식집에서 라면 한 그릇.. 음 그 이상은 딱히 떠오르질 않는다. 하긴, 2,000년대 초중반에도 왠만한 식사메뉴들은 5,000원은 하던 시절이니 지금에 와서 저 돈으로 먹을 수 있는 걸 찾는 게 어찌보면 사치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런데 무려 혜화역 대학로 주변에 4천원에 대부분의 메뉴들을 맛볼 수 있는 노포 분식점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지 않읗 수 없었다. 사실 소식을 들었다기 보다는 병원진료시간이 남아서 여기저기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발견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하겠다.

<둘리네분식, 가격대가 2022년 물가가 아니다.>

찾아간 시간이 점심시간 직전이라 벌써부터 손님들이 총총 가게 안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창문에 쓰여진 메뉴들의 가격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라면 떡볶이 등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식사메뉴들의 가격이 3,500~4,000원이라니 내 눈이 잘못된게 아니면 가격책정이 잘못된 것인지, 이건 거의 자선봉사활동 수준이 아닌가?

 

가게는 노부부로 추정되는 분들이 운영하고 계셨는데, 그 전에 일단 이 곳은 카드계산이 안된다. (가격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 날만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계좌이체도 안된다고 하셨다. 현금이 없었던 터라 부리나케 근처의 인출기를 찾아 돈을 뽑아 왔다. 주인 할아버지 께서는 미안하다면서 창가쪽에 자리를 안내해 주셨다.

 

사실, 모든 메뉴를 다 먹어보고 싶었는데, 주변을 돌아보니 대부분 찌개나 제육덮밥을 시키는 것 같았다. 그래, 한국인의 대표메뉴인 제육덮밥으로 가 보기로 한다.

 

<둘리분식 제육덮밥>

엥? 그런데 계란 후라이가 두개이다. 잘못 온 건가 싶어 쳐다보고 있으니 할아버지께서 아까 계좌이체 안 된다고 돈 뽑아오게 만든게 미안하다며 계란하나를 더 넣어달라고 하셨더란다. 마침 그 날 많이 걸어다녔던 터라 단백질이 필요한 나로서는 실로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감사인사를 꾸벅하고, 제육덮밥을 비벼서 한 입 먹어 본다. 음. 약간 슴슴한 맛인데 맵거나 짠 느낌의 제육은 아니다. 그리고 고기가 비슷한 크기로 잘려있고, 비계가 거의 없는 걸로 보아서 아마 수입산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양념 때문인지 잡내는 많이나지 않았고, 무엇보다 4,000원이라는 가격에 이 구성이면 감지덕지 90도로 절하면서 먹어야 할 노릇이다.

 

<계란국과 김치, 단무지가 사이드로 나온다>

저렴한 가격답게 많은 반찬이 제공되지는 않고, 김치와 계란국 그리고 단무지가 나온다. 김치는 딱 김치 맛이었고 개인적으로 저 계란국이 참 맛있었다. 별 거 들어가지는 않아 보이지만 매운맛도 잡아주고 칼칼하니 제육덮밥과 잘 어울리는 구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라면 종류가 겁나게 많다>

먹으며 카운터 위에 걸린 메뉴판을 보니 뭔가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이 집은 라면과 라면밥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는 사실이다. 신라면, 떡신라면, 신만두라면, 짜파게티가 있는데 모두 라면과 밥의 두가지 버전으로 주문 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가격은 500원 차이인데, 따지면 공기밥 한 그릇을 500원에 받는 셈이니 매우 혜자스럽다고 할 수 있겠다.

다음에 오면 저 '신만두라면밥 '이라는 걸 꼭 먹어보고 싶다. 다른 어떠 분식집에서도 저 메뉴는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라면+만두+공기밥 구성이 아닐까 생각은 해 보았지만, 가게가 너무 바빠서 주인장에게 여쭤보지는 못했다.

 

오늘 다녀온 혜화역 대학로 둘리네분식은 30년이 넘는 업력을 자랑하는 오래된 분식집이라고 한다. 리뷰들을 보자니 어릴 적부터 단골이라는 사람들도 있는 걸 보면, 꽤나 단골장사도 잘 되는 집인 듯 싶다. 바로 맞은편 마로니에 공원에는 깔끔하고 2030의 입맛을 사로잡는 음식점들이 있다고 하지만, 이런 노포감성의 분식집에서 한 그릇 때리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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