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1 [수필] 기억의 목소리: 용사와 악마 88올림픽으로 온세상이 시끄럽던 그 해, 우리가족은 서울에 살았다. 마침 우리집은 올림픽공원이 지척에 있는 송파구에 있었다. 동네에는 엇비슷한 높이의 단독주택들이 주뼜 고개를 내밀고 있었고, 땅거미가 질 무렵의 놀이터에는 더 놀고 싶은 아이들과 집에 들어오라는 엄마들의 실갱이가 시작되곤 했다. 아빠는 늘 그 무렵에 집으로 돌아오셨다. 저 멀리서 아빠차가 보이면 난 초록색 번호판부터 먼저 확인했다. '서울00 가에 1942' 검정색 네모난 차 뒤에는 V6 라는 글자가 위엄있게 새겨져 있었다. 그랜다이저라는 로보트 만화가 한창 인기있었는데, 마침 아빠차 이름이 로보트와 비슷했고, 그 차는 나에게 그랜다이저 v6가 되었다. 그랜다이저 v6에서 피자상자를 들고 걸어오시던 아빠는 나에게 지구를 구해줄 용사보다 위.. 2023. 5. 20. 이전 1 다음